9월 끝자락의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베란다 가까이 붙인 침대 매트리스에서 물 향기가 났다. 침실보다 창밖 야경이 밝다. 건물들이 작은 방의 빛을 모조리 삼키고 발치 아래서 반짝반짝 빛난다. 눈을 감은 채 손의 온기에 살짝 녹은 민트 사탕의 포장지를 뜯고 입에 넣는다. 휴대전화에서 〈푸가의 기법〉이 반복 재생된다. 단맛이 몸속에서 암흑 속에서 튀어 오르는 불꽃처럼 퍼져나간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세 번 틀리게 입력하고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나는 가만히 누운 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눈앞에 초조한 손짓이나 표정이 그려지는 듯하다……그래서 모르는 척을 했다. 가만히 잠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행동했다. 그는 현관 앞에 무언가 던지듯 내려놓은 후 방에 들어서고, 내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가야 해.」
다음 순간 시선이 맞붙는다. 그가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나는 조금 웃고 말았다. 눈이 떨리고, 입은 다물어지지 못한 굉장히 여유 없는 얼굴. 팔을 쥔 손길에 배려는 있었으나 기다림이 없었다. 내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는 동안 그는 책상에서 무언가 분주히 찾더니, 옷장에서 코트를 꺼내고 주머니에 내 휴대전화와 지갑을 찾아 쑤셔 넣었다. 우리는 비상계단을 통해 일 층으로 내려갔다. 층계는 타공된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구겨 신은 운동화가 닿을 때마다 소름 끼치는 금속음이 울렸다. 칠 층에서 주차장까지 내려오기까지 삼 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이 아파트에 계단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나를 승용차 조수석에 태우고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새벽의 한적한 길 위 늘어선 가로등 궤적을 세는 것도 지겨워졌을 때에서야 나는 손을 뻗어 라디오 버튼을 누른다. 한가로운 피아노 재즈 음악이 흐른다. 드라이브는 제한 속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상대는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지만 그 시선에 비치는 건 라이트 범위 내 둥글게 잡힌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빛의 둘레 너머에는 어둠이 있다. 그 속에서 가라앉은 무언가를 헤아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잘못됐어.」
「뭐가.」
「여러 가지…….」
「진작 말하지?」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입술을 깨물거나 고개를 숙이는 동작에서,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누군가를 동정해본 적 없었다. 지금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져서, 그의 머리를 안고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강렬한 충동이었다. 하지만 그러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으면 사고가 나겠지……. 「제가 운전할까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영화관에 갈 계획이었다. 표 두 장과 작은 가게의 저녁 시간을 예약해두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강 옆 산책로를 따라 집에 돌아올 생각이었다. 차체가 다리 위를 지난다. 검은 물결이 비를 머금고 높게 일렁인다.
「키쿠, 나는 혼자서도 살 수 있어. 약하지도 않고, 아직 무엇 하나 그만두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도망칠 이유도 없었어.」
「압니다.」
「그럼 왜 데리러 온 거예요.」
「…….」
「다 알면서 걱정했어?」
「아니, …….」
「나를 위해서.」 동시에 피아노 연주가 멈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청중의 박수 소리와 섞인다. 이유 없이 울 것 같아졌기에 나는 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강물 표면에 난반사되는 조명이 자신의 얼굴을 비춘다.
감정이라고는 없는 낯이다.
「사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가질 수 있습니다. 언어가 있는 한.」
언젠가의 문답이 스친다. 그러나 차가 해안선에 멈춰서기까지 긴 침묵이었다.
나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차에서 빠져나와 더는 도망갈 곳 없는 절벽 아래를 바라본다.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에 닳아 타는 냄새, 부서지는 파도의 짠 내가 섞인다. 「사람 죽었을 때 피우는 향 같아. 장례식장에 온 것 같다고.」 리볼버가 있었더라면 탄환 하나를 넣고 게임을 했을 거야. 당신은 그런 걸 좋아하잖아. 그제까지 꾹 쥐고 있었던 손을 펼친다. 사탕 껍질이 피부를 할퀴며 놓여 있다. 얇은 종이는 곧 바닷바람에 휩쓸려 사라진다. 엄지와 검지를 뺀 손가락을 접는다.
한편, 그는 난간에 기대 수평선만을 바라보고 있다. 공기를 품고 휘날리는 긴 옷자락이나 차갑게 흩어진 머리카락, 핏줄이 드러난 팔, 모든 요소가 초라한 뒷모습의 완성도를 더해주고 있다. 그가 이쪽을 돌아볼 때, 나는 총 모양이 된 손을 겨눈다.
「…뭐 하는 겁니까?」
「러시안 룰렛이에요. 한 발 들었어요.」
다음 순간, 처음으로 시선이 맞붙는다. 곧고 투명한 눈. 세상의 주축이 전부 무너지더라도 자신은 올바르게 서 있겠다는 눈. 내가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동안 세계는 아름다웠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방아쇠를 천천히 당긴다.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