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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비누를 던진다면

토요일 늦은 시간에 깨어나 거실에 나가 보면, 상대가 테이블 위에 놓인 대야를 노려보고 앉아 있다.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답한다. 제가 비누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물에 녹아도 아프지 않겠죠. 당신이 몸을 씻는 동안 사라지고 싶어요.

 

대야에는 물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욕실에서 사용하던 세숫비누가 가라앉은 채다. 대답할 말을 오래 골라서 내뱉는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겁니다. 지우개를 끝까지 써본 적 있습니까? 비슷한 일입니다.

 

그러면 바다에 던져주세요. 수면 위를 떠다니건 지면에 가라앉건 온통 물인 곳에서는 언젠가 녹아 사라질 테니까. 그는 오늘 아침에 비가 내렸다고 이야기했다. 한 시간 정도 내린 빗물을 받아서 비누를 녹였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조금도 녹은 것 같지 않다. 한탄하는 사람을 달래며 새것을 꺼내 세면대에 올려놓는다. 나는 못 쓰게 된 비누를 버리려 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비누를 올바르게 버리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분리수거가 필요한지, 다시 비가 내릴 때까지 베란다에 올려두어야 하는지……. 배수구를 통해 사라지는 빗물을 바라본다.